"독감, 10년 내 최대 수준"… 꼭 체크해야 할 검사・치료법은?
- 기자명 김진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11.17 11:00
[인터뷰] 응급의학과 전문의 김재철 원장
독감, 증상만으론 감기와 구별 어려워... 정확한 검사 필요
신속항원검사로 진단 후 항바이러스 치료제 사용 권고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독감 유행은 지난해보다 두 달가량 일찍 시작됐으며, 그 규모와 기간이 지난 10년 중 가장 심했던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고열, 몸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감기를 포함한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과 매우 유사하여, 증상만으로 독감을 완벽히 감별하기는 어렵다.
독감은 일반 감기와 달리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명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신속항원검사 등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효과적인 치료의 선결 조건이 되는 셈이다. 이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김재철 원장(무지개연합의원)과 함께 독감의 정확한 진단 시기와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짚어본다.
독감은 어떤 질환인가요?
독감은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하나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20세기 초이며, 스페인독감(H1N1, 1918년), 홍콩독감(H3N2, 1968년), 신종플루(H1N1, 2009년) 등 A형 변종으로 가끔 세계적인 유행(pandemic)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전염병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항원의 변이가 잦아 계절성 호흡기 감염을 자주 일으키지만, 보통은 감기(상기도 감염) 수준으로 끝나고 가끔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하기도 감염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독감과 감기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감기는 상기도 감염을 총칭하는 말이고, 기관지염이나 폐렴은 하기도 감염입니다. 독감 바이러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 중 하나입니다.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흔하게 9종이 있는데, 리노, 아데노, 사람코로나, 코로나-19, 사람메타뉴모, 인플루엔자(독감), 사람보카, 호흡기세포융합,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물론 이 바이러스들은 감기뿐 아니라 기관지염이나 폐렴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독감의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독감 증상이라고 해서 따로 특별한 것은 없고 우리가 아는 감기 증상이 대부분입니다. 열, 몸살, 오한, 인후통, 기침, 가래, 콧물 등의 증상이 있으며 이런 증상이 섞여 있습니다. 미열이거나 열이 없으면 독감이 아니냐고 질문을 하시기도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과거 우리가 코로나를 경험할 때 전 국민이 코로나 검사를 했습니다. 그때 보면 무증상 코로나, 미열만 있는 경우, 고열이 있는 경우, 열 없이 기침이나 인후통만 있는 경우 등 다양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특정 증상의 유무에 따라 독감에 감염되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결국 검사를 통해서만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언제 독감을 의심할 수 있나요?
독감을 의심하는 경우는 먼저 우리나라에 독감 주의보가 발령되었는지, 독감 환자와 접촉력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위와 같은 열, 몸살, 오한,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독감을 의심할 수 있고 검사를 통해서 확진할 수 있습니다.

독감 진단을 위한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검사는 신속항원검사(Rapid Antigen Test, RAT)입니다. 민감도는 대략 70% 전후이며 특이도는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속항원검사를 할 때 민감도가 70%인 경우 30% 정도는 한 번 검사로 진단을 못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감이 의심되면 다음 날 재검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PCR 검사는 연구 결과에 따라 민감도 97~99%, 특이도 98~100% 정도로 신속항원에 비해 훨씬 정확한 검사이나 비용이 비싸고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보통 동네 의원에서는 검사 후 다음 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19종 호흡기 바이러스 PCR 검사가 있는데, 이 검사는 독감 이외의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폐렴 등 하기도 감염이 있거나 신속항원검사에서 독감이 나오지 않을 때 검사해 볼 수 있습니다.
검사는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증상 후 2~3일에 검사하는 것이 가장 민감도가 높다고 되어있습니다. 4일이 지나면 검사를 해도 민감도가 떨어져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의 경험을 말씀드리면, 실제 열난 지 2~4시간 이내에 검사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열나고 12~24시간 정도에 독감이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24시간 지나서 재검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열 없이 몸살이나 호흡기 증상만으로 양성이 나오기도 합니다. 제안을 드리면, 독감 유행 기간에 독감 접촉력이 있고 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첫날에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음성이면 다음날 재검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첫날 신속항원검사는 진단 시 독감 치료를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첫날 검사의 비용과 검사의 위험성 대비 치료를 빨리 하는 이득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혹시 음성이면 다음날 재검으로 좀 더 검사의 민감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독감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독감은 다른 일반적인 호흡기 바이러스와 다르게 치료제가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19도 치료제가 있지만 특정 조건이 만족되어야 치료제가 처방이 되나, 독감은 양성이 나오면 누구나 처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감 치료제는 크게 먹는 약과 주사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먹는 약 중 대표적인 것은 5일간 먹는 오셀타미비르(상품명, 대표 약물 타미플루)가 있고, 1회 복용하는 발록사비르마르복실(상품명, 조플루자)가 있습니다. 주사제는 대략 15분~30분 정도 맞는 페라미비르(대표 약물 페라미플루, 페라미빅트 등)가 있습니다. 독감이 진단되면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서 결정하시고 복용법, 주의사항 등을 들으시면 됩니다.
독감 치료제는 검사로 진단이 되어야만 처방받을 수 있나요?
독감 주의보가 발령이 되면 검사 없이도 다음 기준에 맞으면 독감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고위험군은 ▲만 1~9세 이하 소아 ▲65세 이상 노인 ▲임신부 ▲면역저하자 ▲대사장애 ▲심장질환 ▲폐질환 ▲신장기능장애 등이며, 고위험군 환자라도 초기 증상(기침, 두통, 인후통 등 2개 이상의 증상 및 고열)이 발생한 지 48시간 이내에 투여할 때만 보험을 인정받습니다.
단, 입원 환자는 증상 발생 48시간 이후라도 의사가 투약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투여한 경우 보험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보통 진료 현장에서는 검사 확인 후 처방을 합니다. 지금 독감 주의보가 발령된 2025년 44주차(2025. 10. 27 ~ 2025. 11. 2.) 기준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급성 호흡기 감염증 바이러스 검출 현황에서 독감은 19%입니다. 결국 나머지 81%는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입니다.
그래서 검사 없이 증상만 가지고 처방을 하면 80% 정도는 필요 없는 처방이 될 수 있습니다. 독감 치료제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으니, 검사를 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검사 확인 후 처방받는 것을 권고합니다.
독감 격리 해제 기준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5일 정도 격리를 권고하지만, 해열제를 먹지 않고 24시간 동안 열이 없으면 격리 해제할 수 있습니다.
최근 독감에 걸렸다면 다시 감염될 수 있나요?
독감이 보통 유행할 때 A형 2가지(H1N1, H3N2), B형 1가지가 보통 같이 돌기 때문에, A형 독감에 걸린 후 다시 B형 독감이나 다른 타입의 A형 독감에 또 걸릴 수 있습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A형 독감에 걸린 후 1~2개월 안에 다시 다른 타입의 독감을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25년 44주차 기준으로는 질병관리청 보고에 의하면 A형은 H3N2가 유행하고 있으며 B형은 거의 없으나, 현장에서는 B형도 같이 유행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접종을 권고하며,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피로 관리 등 개인위생에도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