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없이 뼈가 무너지는 당뇨발 합병증, ‘샤르코 발’이란?

  • 기자명 박정민 혜민병원 전문의
  • 입력 2025.11.26 09:00
박정민 원장|출처: 하이닥
박정민 원장|출처: 하이닥

당뇨 환자 중에는 별다른 외상이 없는데도 발의 뼈가 골절되거나 구조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샤르코 관절병(샤르코 발)’은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한 채 부종과 변형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으로, 조기 발견이 특히 어려운 질환입니다. 최근 당뇨병 환자 증가와 함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 샤르코 관절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샤르코 관절병이란?
샤르코 관절병은 당뇨병 환자의 사지에 발생하는 진행성 파괴성 관절 질환입니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0.1~0.3%,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에게서는 최대 7.5%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매독 등 특정 질환의 합병증으로 주로 나타났으나, 최근 비만·당뇨병 증가와 함께 발병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질환 자체가 희귀할 뿐 아니라 명확한 원인도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는 ‘신경 외상성 기전’과 ‘신경 혈관성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신경 외상성 요인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 발에 반복적인 미세 외상이 쌓이며 발생합니다.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작은 부상이나 스트레스가 방치되고, 반복적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관절 탈구, 골절, 기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경우 발목 손상 시 통증이 발생해 움직임을 제한하게 되고, 그 사이 회복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당뇨병으로 인해 신경 기능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통증이 거의 없어 반복적 손상과 비정상적 관절 운동이 지속되고, 결국 만성 염증과 관절 파괴로 진행하게 됩니다.

∙ 신경혈관성 요인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문제가 생긴 부위에 혈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뼈의 재흡수가 촉진돼 뼈 구조가 약해지고, 신경병증과 결합되어 골절이나 탈구 위험이 더욱 높아집니다.

샤르코 발은 외상이 없어도 발의 뼈가 골절되거나 관절 탈구가 생길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샤르코 발은 외상이 없어도 발의 뼈가 골절되거나 관절 탈구가 생길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샤르코 발 진행 단계
샤르코 관절병은 임상·방사선 소견에 따라 Eichenholtz가 제시한 4단계로 진행됩니다.
∙ 0단계(초기): 국소 부기, 발적, 체온 상승, 관절 불안정성이 나타나며 X-Ray에서는 정상으로 보입니다. 경험 많은 의료진이 아니면 진단이 어려운 단계입니다.
∙ 1단계(급성/파괴 단계): 부기·발적·열감·뼈 파편화가 나타나는 시기로, 종종 연조직 감염이나 봉와직염으로 오인돼 치료가 지연됩니다. 사지를 들어 올리면 발적이 감소하는 것이 중요한 단서입니다.
∙ 2단계(융합 단계): 부기와 발적이 줄고, 파편화된 뼈가 굳기 시작합니다.
∙ 3단계(재건 단계): 관절 강직, 뼈 비대, 기형 및 불안정성, 기능 장애가 나타납니다. 이 단계에서는 변형된 발 구조로 인해 상처가 생기기 쉽고, 감염과 궤양이 동반되면 심한 경우 대절단 위험까지 커집니다.

샤르코 관절병은 중족골 관절(발등 관절)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전체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하지의 어느 관절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 목표
치료의 목표는 수술적 또는 보존적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치료가 끝났을 때 ‘신발을 신을 수 있는 발’, 족저 직립성, 비궤양성 발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는 것입니다. 샤르코 관절병은 무조건적인 수술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조기 발견 후 적절한 형태의 고정을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존적 치료가 우선
초기에는 샤르코 관절병이 의심되는 당뇨병 환자에게 무릎 높이의 고정식 고정 장치를 사용하도록 지시합니다. 변형이 안정될 때까지(보통 4~6개월 이상)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며, 체중 부하 보행에 주의하고 보조기 등을 이용해 고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부 주변에 감염이나 상처가 없다면, 무릎 높이 보행기나 TCC(전접촉 깁스 고정)과 같은 안정적인 고정이 적합합니다. 반대로 발 궤양이 있거나 상처 위험이 높아 잦은 피부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탈착식 장치가 더 적합합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경우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기형, 불안정성, 지속적 통증이 있거나 보존적 치료로 발을 안정화하기 어려운 경우 수술을 고려합니다. 궤양과 구조적 붕괴가 발생하기 전 비교적 이른 시점에 개입할수록 수술 결과가 더 좋은 편입니다. 수술은 발의 내부 하중을 줄이고, 기형을 교정하고, 발 길이를 보존하며, 외골절제술·힘줄 연장·골절술·관절고정술 등의 시술을 통해 발을 안정화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너무 늦은 시기에 수술을 시행하면 발 보존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술 시기 판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결정하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질병을 조기 발견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목표는 이러한 질환이 발생하더라도 절단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발을 보존하며 치료하는 것입니다. 당뇨 환자라면 이러한 질환이 드물지만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증상이 의심될 때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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