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심증 약이 발기부전 약으로”… 뜻밖의 부작용이 만든 혁신적 치료제 4

  • 기자명 김연지 하이닥 인턴기자
  • 입력 2025.02.13 21:00
  • 수정 2025.02.17 10:07

의약품은 특정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지만, 연구와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기도 한다. 어떤 약물은 처음의 용도와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비아그라, 삭센다, 보톡스, 위고비 등이 있다. 원래의 치료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의료 시장에 자리 잡은 약들의 비하인드를 소개한다.

처음 개발했을 당시와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 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처음 개발했을 당시와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 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아그라(Viagra) - 협심증 치료제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에 의해 개발된 제품으로, 원래 협심증 치료제였다. 이 약은 말초혈관을 확장시키고 확장된 혈관으로 피가 몰리게 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연구 도중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임상 시험에서 약을 복용한 남성 환자들의 발기가 지속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데나필이 음경 해면체의 혈류를 증가시켜 발기부전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화이자는 연구 방향을 전환해 발기부전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1998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비아그라’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현재는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 비아트리스의 제품이다. 

보톡스(Botox) - 생화학 무기에서 주름 개선 치료제로
보톡스는 보툴리늄 톡신을 원료로 만든 미국 엘러간사의 제품명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원래 적군을 무력화하는 생화학 무기로 연구되었으며, 단 1g으로 1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강력한 독소다.

그러나 1973년, 한 안과 의사가 이 성분이 안구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질병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1976년부터 신경과 및 안과 분야에서 근육 경련과 사시 치료를 위한 약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치료를 받던 환자들에게서 주름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전문가들은 이를 미용 시술에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후 임상시험을 거쳐 2002년 FDA로부터 미간 주름 개선용 보톡스가 공식 승인됐다. 현재 보톡스는 주름 개선뿐만 아니라 편두통, 다한증, 근육 경련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삭센다(Saxenda), 위고비(Wegovy) - 당뇨병 치료제에서 다이어트 주사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Liraglutide)는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 약물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들의 체중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견됐다. 이에 연구진은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해 연구를 진행했고, 삭센다는 2014년 미국에서, 2017년 한국에서 각각 승인을 받았다. 현재 삭센다는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는 기전을 활용해 다이어트 주사로 각광받고 있다.

‘신의 다이어트 약’으로 불린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 역시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임상시험 과정에서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사 장아영 원장(삼성맑은의원)은 이에 대해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던 중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었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리라글루타이드의 짧은 반감기를 개선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개발되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먼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으로 승인받았으며, 이후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해 FDA 승인을 받아 위고비가 탄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처럼 연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효과가 발견되어 새로운 적응증으로 개발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라고 덧붙였다.

도움말 = 장아영 원장(삼성맑은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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