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안 듣는 월경통, ‘자궁내막증’이 원인일 수도” [인터뷰]
- 기자명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2.20 22:00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부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골반 내 난소나 방광 등 다른 장기에 부착하여 통증이나 염증 등을 일으키는 만성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의 약 10~15%가 겪을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자궁내막증 환자 수는 17만여 명으로 2017년에 비해 6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 환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자궁내막증은 생명에 위협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완치가 불가능하고 재발률이 높아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부인과 황규리 교수(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는 "자궁내막증을 방치하면 지속적인 만성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고, 난소 기능 저하, 난관 폐쇄 등으로 인해 난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자궁내막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황 교수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Q. 자궁내막증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요?
자궁내막증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연관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먼저 역행성 월경(Retrograde Menstruation)입니다. 월경혈이 자궁에서 배출되지 않고 난관을 통해 복강 내로 역류하여 자궁내막 조직이 복강 내에 착상되는 경우입니다.
또한 면역체계 이상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정상적으로는 내부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외부에 있을 때, 면역체계가 이를 제거해야 하지만 면역 기능이 저하되면 제거되지 않고 착상 및 증식할 수 있습니다.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자궁내막 조직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호르몬의 불균형 역시 자궁내막증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가족력이 있으면 자궁내막증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Q. 최근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자궁내막증 발병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경 연령의 감소와 늦은 결혼, 출산율 저하로 인해 월경 주기가 길어지면서 자궁내막증의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 식습관의 변화, 환경호르몬 노출 등 현대적인 생활 방식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미세먼지나 환경오염의 증가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봅니다. 미생물군(마이크로비움)의 불균형도 젊은 여성의 자궁내막증 발병 증가의 한 요인으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Q. 자궁내막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표적 증상이 있을까요? 일반적인 월경통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자궁내막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만성 골반 통증과 심한 월경통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골반 통증은 생리 기간뿐만 아니라 배란기 및 월경 주기 전후로도 나타납니다.
또한 일반적인 월경통보다 통증 강도가 매우 높은 경향이 있는데요. 월경통은 월경 전후에 발생하고 진통제로 완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자궁내막증에 의한 통증은 월경 주기와 관계없이 통증 강도가 심해 진통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미미할 수 있습니다.
성교통, 배변통 및 배뇨통 역시 자궁내막증의 증상입니다. 성관계 시 하복부 깊은 곳에서 통증이 느껴질 수 있고, 장이나 방광 주변에 자궁내막 조직이 착상된 경우 배변·배뇨 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정자와 난자의 수정 및 착상 과정에도 영향을 미쳐 임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자궁내막증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환자의 증상이나 질환의 정도,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를 고려합니다. 우선 자궁내막증 초기 또는 경증 환자에게는 약물치료를 권유하는데요, 약물치료는 호르몬 제제를 사용해 자궁내막 조직의 성장을 억제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의 혼합제인 경구 피임약, 그리고 에스트로겐을 억제하여 자궁내막 조직의 위축을 유도하는 GnRH 작용제와 프로제스틴 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 GnRH 작용제의 경우 장기간 사용 시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최근 주로 사용되는 약물은 자궁내막증 치료에 특화된 호르몬 제제인 디에노게스트입니다. 자궁내막 조직의 혈류를 감소시키고 염증 반응을 억제해 자궁내막 조직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생리통이나 골반통을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장기간 복용해도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불규칙 출혈과 체중 증가, 두통, 유방압통 등이 있습니다. 또한 피임 효과가 확실하지 않으므로, 피임이 필요한 경우 다른 피임법과 병용해야 합니다.

Q. 자궁내막증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각 수술법의 차이와 장단점도 궁금합니다.
복강경 수술은 작은 절개를 통해 내시경 장비를 삽입하여 자궁내막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상처가 작고 회복이 빠르며, 통증 완화 및 임신율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고해상도 카메라를 사용해 정밀한 수술이 가능합니다. 단점이라면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유착이 심한 경우 수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난소 주변의 미세 조직을 제거할 때 조직 손상의 위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로봇 복강경 수술은 로봇 팔을 이용해 고해상도 3D 카메라와 미세 조작기를 사용하고, 이를 통해 자궁내막 조직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수술법입니다. 장점은 정교한 미세 조작과 난소 조직 손상의 최소화인데요. 사람 손의 떨림 없이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젊은 여성의 양측 난소에 자궁내막종이 있을 때 로봇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면 난소 조직 손상을 덜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난소 예비력(난포 수)을 보존하고 미래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데 유리합니다. 절개 부위가 작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단, 일반 복강경 수술에 비해 비용이 높고 로봇 수술에 대한 경험과 기술이 있는 전문 외과의가 필요한 점은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장비 접근성 측면에서 보면 일부 병원에서는 로봇 장비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개복수술은 배를 절개해 자궁내막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심한 유착 혹은 광범위한 병변 제거에 효과적입니다. 시야가 넓어 복잡한 경우에도 수술이 가능하지만, 회복 기간이 길고 흉터가 남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통증 및 감염 위험 또한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Q. 환자가 어떤 상태일 때 수술을 권유하나요? 수술이 임신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보통 수술이 권유되는 경우는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심한 통증이 지속될 때, 난임이 주요 문제일 때, 자궁내막종이 크거나 파열 위험이 있는 경우입니다.
자궁내막증이 난관 폐쇄, 난소 기능 저하를 유발해 임신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복강경 수술로 병변을 제거하면 임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난소 예비력 저하의 위험이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Q. 자궁내막증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자궁내막증의 재발률을 낮추려면 호르몬요법과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합니다. 경구피임약 또는 GnRH 작용제를 사용하여 자궁내막 조직의 성장을 억제하고,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호르몬 균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임신과 수유 기간 동안 월경이 중단되면 자궁내막증 증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궁내막증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도움말 = 황규리 교수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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