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호건도 피하지 못한 ‘심장마비’... 고령자가 더 위험한 이유는?
- 기자명 이진주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7.25 17:30
- 수정 2025.07.28 14:45
프로레슬링의 전설 헐크 호건(71세)이 심장마비로 별세하면서 고령자의 심장마비 위험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건강한 신체를 상징하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노화와 심장마비는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3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급성심장정지조사'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60세~69세가 22.2%, 70세~79세가 16.2%, 80세 이상이 23.9%를 차지해 전체의 절반 이상(62.3%)이 고령층에서 발생했다.

‘만성질환’과 ‘회복력 저하’…고령자의 이중 위험
이 연령대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심장에 부담을 주는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70대 환자의 81.8%, 80대 이상 환자의 89.3%가 고혈압·당뇨병·부정맥 등을 함께 앓고 있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층은 심장마비 발생 이후에 다시 회복되기까지 필요한 신체적 여력이 젊은 층보다 떨어진다.
심장마비는 골든타임인 4분~5분 안에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고령자는 기저질환으로 인해 이 시간을 버티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병원 외 발생 심정지 생존율은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특히 고령자일수록 회복 없이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비율이 높았다. 병원 외에서 발생한 급성심장정지 환자 중 사회 복귀가 가능한 상태로 퇴원한 비율은 60대에서 4.7%, 70대에서 2.3%, 80세 이상에서는 0.9%에 그쳤다. 반면 30대는 10.8%, 40대는 8.5%였다.
생활습관 교정이 핵심… 지나친 운동과 약물 복용 주의해야
고령자에게 심장마비가 더욱 치명적인 만큼, 평소 예방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부정맥 등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는 만성질환은 심장마비의 주요 원인이다.
심장내과 임채완 교수(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는 하이닥과의 지난 인터뷰를 통해 "심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과도한 염분 및 설탕 섭취를 줄이고 과일, 채소, 통곡물, 저지방 단백질(생선, 닭고기 등)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식 식단을 추천했다. 이를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심혈관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복부 비만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나친 운동은 피해야 한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Keio University) 마나베 토모히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남성의 경우 마라톤과 같은 고강도 운동 중 심정지 발생률이 젊은 연령대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나베 교수는 "남성의 경우 연령이 증가할수록 마라톤 중 심정지 빈도가 증가한다"며 "60세 이상 남성은 마라톤 참가 전 심장질환 등에 대한 건강검진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고령자는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 운동 강도와 종류를 조절해야 한다. 고강도 운동을 계획할 경우, 사전에 심전도 검사와 스트레스 테스트 등으로 개인의 심장 상태를 평가받는 것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복용 중인 약물 관리도 중요하다. 최근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C)에서 발표된 덴마크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6년 이상 장기 복용할 경우 심정지 위험이 2.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덴마크 전체 인구 430만 명의 사망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에서 항우울제 장기 복용에 따른 심정지 위험 증가가 더욱 두드러졌다. 1년~5년 복용한 경우에도 심정지 위험이 56%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병원(Copenhagen University Hospital)의 야스민 무즈카노비치 박사는 "항우울제 노출 시간이 길수록 심정지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며 "특히 6년 이상 노출된 경우 1년~5년 노출 그룹보다 위험이 더욱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골든타임 5분, CPR이 생명을 살린다… “목격자의 빠른 대처 필요”
심장마비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특히 고령자는 심정지 발생 시 의식을 잃고 쓰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기 대처 여부에 따라 생존율과 후유증 정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제시한 2020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반인이 시행한 심폐소생술은 생존율을 2배~3배 높였으며, 심정지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시행한 경우에는 그 효과가 약 4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정지 발생 후 3분~5분 이내에 제세동이 시행되면 생존율이 최대 50%~70%까지 증가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회복 가능성은 급격히 감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