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숙취와 두통… 진통제 의존 말고 '몸의 원인' 찾아야
- 기자명 김도환 두청한의원 한의사
- 입력 2025.09.22 11:00

음주 후 다음 날 경험하는 두통은 단순히 ‘숙취의 흔한 증상’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그 원인은 생리학적으로 매우 복잡합니다. 에탄올(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유도해 체내 수분과 전해질을 감소시키며, 알코올 대사 과정 중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독성 물질로 신경계에 자극을 주어 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음주 시 수면의 질이 떨어지며 중추신경계의 회복이 원활하지 않아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진통제 잘못 먹으면 ‘간독성·위장장애’ 유발… 성분 확인해야
아세트아미노펜은 일반적으로 간에서 대사되며, 음주 직후 혹은 숙취 상태에서 복용 시 간독성 위험이 높아집니다. 특히 과음 후 간이 이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느라 과로 상태에 있는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의 독성 대사산물(NAPQI)의 분해가 늦어져 급성 간손상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숙취 중에는 가급적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간질환학회(AASLD)와 FDA는 아세트아미노펜의 1일 최대 용량을 4g 이하로 제한하며, 알코올 섭취가 있는 경우엔 더 낮은 복용량을 권장합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염증 억제와 혈관 수축 효과로 숙취성 두통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부프로펜은 비교적 위장 자극이 덜한 편이나, 음주 후나 공복 복용 시 위점막 손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식후 복용이 권장됩니다. 성인 복용 권장량은 이부프로펜 200–400mg/1회, 최대 1일 3회이며, 소화성 궤양 병력, 위염, 신장 기능 저하 환자는 NSAIDs 사용 전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약 없이 이겨내는 법… 충분한 수분·수면이 최고의 ‘해독제’
① 수분 공급: 전해질을 포함한 수분 섭취는 혈중 농도를 낮추고 해독 작용을 도와줍니다. 이온 음료, 미지근한 물, 꿀물 등이 효과적입니다.
② 수면: 숙면은 대사 과정을 원활하게 하고 중추신경계의 회복에 기여합니다.
③ 지압: 손의 ‘합곡혈’을 지그시 누르는 지압법은 긴장성 두통 완화에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간열’ 내리고 ‘머리’ 맑게… 숙취 두통 완화 돕는 한방차 3
한의학에서는 숙취로 인한 두통을 단순한 신경 증상이 아닌 간의 열(肝火) 또는 위장의 습열(濕熱) 문제로 해석합니다. 술은 성질상 열을 일으키기 때문에 간 열이 상체로 치솟으며 두통, 안면홍조, 어지럼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위장 기능 저하 시에는 두통과 더불어 소화불량, 메스꺼움, 무기력감이 함께 나타납니다. 이때 치솟은 열을 내리고 위장의 습한 기운을 제거하여 숙취의 근본 원인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한방차로는 갈근차, 국화차, 박하차 등이 있습니다.
① 갈근차: 칡뿌리로 만든 차로, 열을 내려주고 갈증을 해소하는 작용이 있어 숙취로 인해 열감이 동반되거나 근육통, 갈증, 열성 두통이 있는 경우에 적합합니다.
② 국화차: 머리와 눈을 맑게 해주고 간의 열을 식히는 데 효과가 있어, 숙취 후 머리가 무겁고 눈의 피로감이 느껴질 때 마시면 좋습니다.
③ 박하차: 특유의 상쾌한 향으로 기운을 소통시켜 주고 머리의 열감을 내려주는 작용을 하며, 속이 더부룩하거나 머리가 띵할 때 가볍게 마시기에 적합합니다.
단, 이러한 한방차는 개인의 체질이나 위장 상태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반복적인 숙취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까운 한의원에서 체질 진단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복되는 숙취, 몸이 보내는 ‘경고’…진통제 의존 말고 원인 찾아야
숙취 두통 시 무조건 진통제에 의존하기보다, 간과 위장에 무리가 되지 않는 방법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숙취 시 피해야 하며, NSAIDs는 공복 시 주의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반복적인 숙취 두통이 있다면, 간 기능 이상, 위장 장애, 심지어는 음주 관련 중독 가능성까지도 고려하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의학적 접근과 식이요법, 수분 보충 등 복합적인 관리를 통해 숙취 두통은 충분히 예방·완화할 수 있습니다.
- 잠이 솔솔~ 숙면 돕는 향기 5가지… "불안·스트레스 완화 효과”
- 한의학적 '간염' 치료법... "간과 비장을 함께 다스려야"
- “숙취 해소, 해장보단 해독이 우선”… 간 해독 돕는 ‘UDCA’, 뭐길래?
- “토할 때까지 마시고 또 토하고…” 잘못된 음주 문화가 질환 부른다
- 어지럼증의 숨은 원인 3가지... "증상에 따라 원인 달라" [인터뷰]
- 목·어깨 근육 뭉침이 부르는 ‘유발점 두통’ 아시나요?
- 두통, 참다간 만성질환 될 수도... 병원 진료 꼭 필요한 두통 증상은? [인터뷰]
- 안면홍조, 원인별 치료법 달라… “방치 말고 진단받아야”
- 만성 두통, 약으로 해결 안 된다면? …'후두신경차단술' 고려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