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힘 풀려 휘청”…흉추협착증, 50대 이후 주의해야 [통(痛)쾌한 해답]

  • 기자명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9.24 19:00
  • 수정 2025.10.28 15:08

보행이 불안정하거나 다리에 감각이 둔해지면 흔히 허리 문제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허리에 뚜렷한 이상이 없음에도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중장년층 이후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흉추협착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흉추협착증은 등뼈 내부의 신경 통로가 좁아져 척수를 압박하면서 다양한 신경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비교적 드물게 발생해 생소할 수 있지만, 방치 시 보행 장애뿐 아니라 배뇨·배변 이상으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본 기사에서는 척추신경외과 문봉주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와 함께 흉추협착증의 병태와 임상 증상, 치료 전략, 예방적 관리법까지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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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디스크인 줄 알았더니 ‘척추관협착증’?…방치하면 보행 장애까지 [통(痛)쾌한 해답]

흉추협착증은 흉추에서 척수가 눌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흉추협착증은 흉추에서 척수가 눌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등 쪽 척추관 좁아져 척수 신경 압박...주로 50대 이후 발생
우리 몸의 중심 기둥인 척추는 목(경추), 등(흉추), 허리(요추) 세 부분으로 나뉜다. 여러 개의 척추뼈가 차례로 쌓여 기둥을 이루고, 그 내부에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형성되어 있다. 이 척추관 속으로는 뇌에서 이어진 중추신경인 척수가 지나가며, 감각과 운동 신호를 전달한다. 그런데 흉추 부위의 척추관이 좁아지면 척수와 신경이 압박돼 다양한 신경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흉추협착증(thoracic spinal stenosis)’이라고 한다.

흔히 ‘황색인대 골화증’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질환의 대표적인 원인이 황색인대의 골화(骨化)이기 때문이다. 황색인대는 척추뼈 사이에 위치해 신경을 보호하고 척추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인대 조직으로, 정상 상태에서는 유연하고 탄력성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이 인대가 두꺼워지고 딱딱하게 굳어 뼈처럼 변하는 골화 현상이 발생하면, 척추관이 좁아지고 신경이 눌리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외에도 디스크의 돌출, 뼈돌기(골극) 형성 등의 원인으로 척추관이 점차 좁아질 수 있다. 특히 서 있거나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척추관이 더욱 좁아지는 ‘동적 협착’(dynamic stenosis)이 동반될 경우, 통증이나 신경 증상이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문봉주 교수는 “흉추협착증은 주로 5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발생률이 높다”라며 “장시간 앉아 일하거나 운전을 오래 하는 사람, 구부정한 자세가 습관화된 경우,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중노동자 등에게서 발병 위험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체질, 과거 척추 수술 또는 외상 이력도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다리 힘 빠지고 배뇨 장애까지...하지·신경 증상 두드러져
흉추 부위에서 척추관이 좁아지면 척수가 압박돼 하체 감각 저하, 근력 약화, 다리의 뻣뻣함, 보행 시 휘청거림 등 하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이와 함께 하지 경직이나 운동 조절 능력 저하 같은 다양한 신경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 증상은 요추 협착증에서 더 흔히 나타나지만, 흉추 협착증은 척수 압박으로 인해 증상이 더 빠르고 심하게 진행된다. 무엇보다 치료 접근과 예후가 다르기 때문에 두 질환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추 협착증의 경우, 보행 시 다리가 당기거나 힘이 빠지며 주저앉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앉아서 쉬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어 ‘가다 쉬다’를 반복하게 된다. 반면 흉추협착증은 해부학적으로 척수 공간이 좁아 압박이 쉽게 발생하는데, 하지 증상과 함께 배뇨·배변 장애가 나타난다.

문봉주 교수는 “흉추 협착으로 인한 척수증을 방치할 경우, 낙상 위험 증가, 영구적인 신경 손상, 배뇨·배변 장애의 고착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초기 증상을 간과하지 않고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초기엔 약물과 생활습관 관리...악화되면 수술 고려
흉추협착증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중심으로 보존적 치료가 이뤄진다. 일반적으로는 소염진통제나 신경병증 약물이 사용되며, 물리치료, 자세 교정, 체중 관리, 운동이 병행된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통증이 심하면 척추 주사치료로 조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행장애가 진행되거나, MRI에서 척수 압박이나 손상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날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수술의 핵심은 압박된 신경을 풀어주는 감압(decompression)이다. 문봉주 교수는 “척추 불안정성이나 흉추 후만(굽은 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나사 고정술(척추 유합술)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한다”라며 “병변의 위치·범위·인대 골화 정도에 따라 미세침습 수술 또는 개방 수술이 선택된다”라고 설명했다.

흉추협착증은 조기에 치료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증상이 오래 지속됐거나 고령이며, 영상에서 심한 압박이나 척수 손상 신호가 보이는 경우에는 회복 속도가 늦거나 결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문 교수는 “수술 후 대부분 보행 기능과 통증은 호전되지만, 인대 골화가 심해 척수 경질막과 유착된 경우 드물게 하지 마비나 배뇨·배변 장애가 악화될 수도 있다”라며 “오래된 감각 저하나 마비는 완전한 회복이 어렵고, 수술 후 재활 참여도와 전신 건강 상태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전했다.

문봉주 교수|출처: 강남세브란스병원
문봉주 교수|출처: 강남세브란스병원

예방은 바른 자세·운동 습관부터…“만성 통증, 참지 말고 조기 치료를”
흉추협착증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문봉주 교수는 “오랜 시간 앉아 있을 때는 1시간마다 일어나 3~5분간 가볍게 움직이고, 컴퓨터·스마트폰·책은 눈높이에 맞게 배치해 가슴을 펴는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 수영, 고정식 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에 더해 등·어깨·복부를 단련하는 코어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혈당을 조절하며,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허리를 과도하게 젖히거나 비트는 동작은 피하고, 무거운 물건은 무릎을 굽혀 들어야 한다. 바닥을 미끄럽지 않게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한 예방법이 된다.

한편, 만성 통증이 길어지면 우울감이나 불안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통증은 의지로 참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명확한 의학적 원인이 있으며, 그에 맞춘 치료 전략이 존재한다”라며 “증상이 오래되기 전에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히 평가받고 단계적인 치료·재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증은 불안과 우울이 얽혀 악순환을 만들 수 있지만, 의료진·물리치료사·통증클리닉·심리지원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치료로 충분히 끊어낼 수 있다”라며 “목표를 작게 나누고 매주 한 걸음씩 실천하면 삶의 질은 예상보다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 정신건강 문제의 확산 등으로 인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만성통증은 분명한 원인을 찾기 어렵거나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쉽지 않다. 이는 통증이 단순한 신체 손상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심리적·사회적 요인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닥은 <대한신경통증학회>와 함께 현대인의 일상과 맞닿은 주요 신경 통증 질환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환자 중심의 치료 접근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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