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다리에 이상한 느낌…그냥 두면 정신 건강 ‘위험’③ [불면에서 숙면으로]

  • 기자명 방정은 하이닥 인턴기자
  • 입력 2025.03.03 21:00
  • 수정 2025.03.05 14:37

'다리가 타는 것 같다', '시리다', '간지럽다', '따끔거린다',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

이는 하지 불안 증후군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 표현들이다. 같은 병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증상들이 나오는 이유는 실제로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지 불안 증후군의 증상이 언어로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한 감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뿐이다. 이로 인해 잠에 드는 것이 어려워지고, 어렵게 잠에 들었더라도 신경계 균형이 깨져 푹 자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수면 중에 팔다리 움직임이 지속되는 ‘주기성 사지 운동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아 질 좋은 숙면은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 불안 증후군은 밤에 심해진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하지 불안 증후군은 밤에 심해진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이처럼 하지 불안 증후군은 단순히 불편한 병이 아니라 환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병이다. 따라서 양지원 가천대 길병원 교수와 함께 하지 불안 증후군이 숙면을 방해하는 원리를 살펴보고, 치료 방법을 알아보며 하지 불안 증후군 환자가 ‘불면에서 숙면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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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움직이고 싶은 병…덩달아 미뤄지는 수면
하지 불안 증후군은 아직 발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병이다. 따라서 양지원 교수는 하지 불안 증후군 원인과 관련된 가설을 두 가지 소개했다. 첫 번째는 도파민과 관련된 가설이다. 도파민은 신경 신호를 전달하고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 농도는 동일하게 유지되지 않고 하루 동안 일정한 리듬으로 변화된다.

그런데 하지 불안 증후군 환자는 도파민 농도가 변화되는 폭이 일반인보다 훨씬 크다. 특히, 야간에 도파민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진다. 이는 일시적인 도파민 기능 저하를 초래해 근육 움직임 조절 능력도 함께 떨어뜨린다. 그 결과, 밤에 다리를 가만히 두기 힘들며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껴 잠에 들기 어려워진다.

둘째는 철분과 관련된 가설이다. 뇌 속에 철분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철분이 있어도 이용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아데노신 수용체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다. 아데노신은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물질이므로 이 아데노신 수용체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면 정신이 계속 깨어있는 ‘과각성’ 상태가 될 수 있다. 하지 불안 증후군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보고된 바 있어, 하지 불안 증후군 환자가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추측되고 있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임신하는 등 호르몬 변화가 생기거나 신부전, 말초 신경병증 같은 질환이 있을 때도 하지 불안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환자의 절반 정도는 가족력이 있어 유전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어느 것도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참을 수 없는 불쾌함…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지 불안 증후군은 원인뿐 아니라 증상도 모호하다. ‘불쾌한 감각’이라는 말로 묶을 수는 있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감각이 다를 수도 있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개 종아리 부근에서 증상이 발생하며 가만히 누워있거나 앉아 있을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지며, 다리를 주무르거나 움직여야만 이상한 느낌이 해소되기 때문에 하지 불안 증후군 환자는 잠에 들기 어려워진다. 심한 경우에는 팔을 움직이고 싶은 충동도 함께 생긴다.

하지 불안 증후군 환자는 잠에 들어도 일반인처럼 질 좋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 불안 증후군 환자 대부분은 자는 중에 팔다리가 움직이는 주기성 사지 운동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주기성 사지 운동증이 있으면 환자 자신의 움직임 때문에 잠에서 자주 깨게 된다. 또는 함께 자는 사람을 발로 차거나 이불을 엉망으로 만들어 숙면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렇게 하지 불안 증후군으로 인해 밤에 푹 자지 못하면 우리 몸에 다양한 악영향이 발생한다. 양지원 교수는 “의외로 하지 건강보다는 △기분장애 △만성피로 △주간 과다 졸림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다”며 “위험도가 높거나 아주 잘 설계된 연구는 아니지만 하지 불안 증후군이 있던 환자는 심뇌혈관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후향적 연구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요가, 스트레칭이 도움 될 수 있어…복용 중인 약물 점검도 필수
하지 불안 증후군을 진단하려면 기본적으로 두 가지 진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문진이다. 문진은 환자가 경험하고 있는 증상이 하지 불안 증후군 증상과 일치하는지 점검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혈액 검사다. 환자가 경험하는 증상이 내과적 원인과 연결되어 있는지 알기 위해 시행한다. 철분 결핍성 빈혈이나 신장의 이상, 비타민 문제 등을 알아보고 필요시 신경전도검사 등 다른 검사를 더 진행하기도 한다. 양지원 교수는 “수면 무호흡증, 주기성 사지 운동 등 동반 수면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측면에서 야간 수면 상태를 확인하는 ‘수면다원검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 불안 증후군은 약물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도파민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이나 안정제, 항경련제, 철분 제제 등을 사용한다. 이 중 사람마다 효과가 있는 약이 다르므로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약을 복용하며 증상 조절을 시도할 수 있다.

약물 치료 외에도 환자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하지 불안 증후군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 양 교수는 ”가장 필수적인 것은 금연, 금주, 카페인 중단”이라고 강조하며 “요가나 스트레칭, 다리 마사지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이런 비약물 치료 방법이 권장된다.

이어, 양 교수는 하지 불안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가능하다면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파민 수용체 차단제 △삼환계 항우울제 △리튬 등은 하지 불안 증후군을 유발 또는 악화할 수 있다. 반대로 항 간질제나 수면제를 복용하다가 중단할 시에도 하지 불안 증후군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국민 100명 중 2~3명이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았다. 여기에 원인을 모른 채 잠을 설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수면 문제를 겪는 사람은 더욱 많을 것이다. 이에 하이닥은 불면을 유발하는 11가지 질환을 살펴보며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을 찾고, ‘불면에서 숙면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도움말 = 양지원 교수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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