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하고 더부룩한 배...‘복부팽만’, 단순한 소화불량일까?

  • 기자명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4.06 21:30

조금만 음식을 먹어도 배가 쉽게 빵해지고 하루 종일 더부룩한 느낌이 든다면 복부팽만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복부팽만은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현대인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은데,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약 10~30%가 복부팽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복부팽만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지나가지만, 반복되거나 특정 증상과 함께 나타날 경우에는 단순한 소화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과민성대장증후군, 난소 질환 등 다양한 내부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복부팽만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복부팽만은 왜 생기며 어떤 증상에 주의해야 할까? 주요 원인과 증상별 감별 포인트, 생활 속 관리법 등을 짚어본다.

배에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한 느낌은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배에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한 느낌은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대부분 식습관 문제...과민성대장증후군·여성 질환이 원인이기도
복부팽만이란 배가 부풀어 오른 것처럼 느껴지거나, 실제로 복부가 팽창되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배에 가스가 찬 느낌이 든다', '더부룩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위나 장에 가스가 과도하게 차거나 소화기관의 운동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식습관에 있다. 폭식, 과식,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늦은 시간 야식 등은 소화기계에 부담을 주고 가스 생성을 유발할 수 있다.

내과 전문의 이상환 원장(이룸내과의원)은 "복부팽만을 유발하는 가스는 대개 음식으로 인해 생기기 때문에, 복부팽만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기에는 기본적으로 가스를 유발하는 특정 음식 군들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복부팽만이 자주 반복된다면 기능성 장 질환인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이 원인일 수도 있다. 실제로 IBS 환자의 23~96%가 복부팽만을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눈에 보이는 장기의 구조적인 문제 없이 복통, 복부팽만, 설사, 변비 등 배변 이상이 반복되는 기능성 장 질환이다. 원인은 장운동 이상, 장내 미생물 불균형,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호르몬 변화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유당, 과당, 고지방식, 가공식품, 인공감미료 등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 전후나 폐경기 등 호르몬 변화 시기에도 복부팽만감을 자주 경험한다. 한국여성건강학회에 따르면, 생리 주기 전 복부팽만은 여성의 약 50~70%가 경험한다. 이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성호르몬이 장의 운동성과 수분 흡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은 생리 전 복부가 부은 듯한 느낌, 더부룩함, 변비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 외에 복부 내 특정 질환이 장기를 눌러 장의 기능을 방해하거나 공간을 차지하면서 복부팽만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난소낭종이나 자궁근종은 자라면서 주변 장기를 압박해 소화불량이나 복부 팽만감을 일으킬 수 있다. 만약 복통이 심하게 느껴진다면 장폐색이나 급성 장기 출혈일 가능성도 있다.

복부팽만, 원인에 맞는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복부팽만이 기능성 문제일 경우 식사 습관 개선과 식이 조절 만으로도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 우선 식사 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식사 중 말을 많이 하거나 급하게 먹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원인이라면 저포드맵 식단이 효과적이다. 포드맵은 ▲발효성 당류(Fermentable) ▲올리고당(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당알코올(Polyols)의 앞 글자를 따온 용어다. 이들 성분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며, 이로 인해 과민성대장증후군(IBS) 환자에게 팽만감과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저포드맵 식단을 따르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저포드맵 식품인 바나나, 오렌지, 감자, 토마토, 유당 제거 우유, 고형 치즈 등이 도움이 되며, 고포드맵 식품인 수박, 사과, 양파, 마늘, 유제품, 맥주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성호르몬 변화로 복부팽만이 나타나는 경우, 생리 주기 전후 또는 폐경기 무렵에 장운동성이 느려지고 체내 수분 대사에 변화가 생긴다. 이는 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농도 변화에 따른 생리학적 반응 때문이다. 호르몬의 변화는 신장에서 수분과 염분의 재흡수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이로 인해 체내에 수분이 일시적으로 축적되는 체액 저류 현상이 발생하고, 복부와 손발, 얼굴이 붓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수분 섭취를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바나나, 아보카도, 시금치 등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부기 완화에 도움을 준다. 카페인·알코올은 탈수를 유발하거나 장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생리 전후 또는 폐경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걷기, 요가, 가벼운 스트레칭은 장운동을 촉진하고 호르몬 관련 부기 완화에도 효과적이므로 추천한다.

난소낭종, 장폐색, 간경화 등 기질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생활습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때는 음식을 조심스럽게 조절하는 한편, 반드시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증상 오래가고 통증·혈변 동반된다면 진료 필요
복부팽만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증상이지만 지속되거나 통증, 체중 변화, 배변 이상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소화 불량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특히 ▲2주 이상 지속되는 팽만감 ▲체중 감소 ▲복통과 발열 ▲설사 또는 변비의 반복 ▲흑변이나 혈변 등이 동반된다면 내과나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50대 미만의 성인이라면 기능성 소화불량일 가능성이 높지만 고령이거나 만성 질환자의 경우에는 다른 기저질환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복통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거나 복부가 단단히 부풀고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 장폐색이나 급성 장기 출혈 같은 응급 질환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복수로 인한 팽만은 간경화, 난소암 등 전신 질환과 관련돼 있을 수 있으므로 체중 증가와 함께 복부 팽만이 지속된다면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내과 전문의 엄문용 원장(은평탑내과의원)은 "배에 가스가 찰 때는 복부가스 제거제도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정확한 진단은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튜브를 항문에 넣어 가스를 배출해 줘야 할 때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팽만감이 자주 느껴진다면 수시로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배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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