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용종이라 안심?” 대장내시경 후 놓치면 안 되는 ‘이 신호’

  • 기자명 양재훈 압구정하나내과의원 전문의
  • 입력 2025.05.31 20:00

 

양재훈 원장|출처: 하이닥
양재훈 원장|출처: 하이닥

대장내시경을 받고 나서 ‘용종이 발견되어 제거했다’는 결과를 들은 후,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암일 가능성은 없나요?”, “왜 제거해야 하죠?”, “앞으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대장 용종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모든 용종이 암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 용종은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적절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선종성 용종은 전암 병변, 내시경 제거로 대장암 예방 가능해
용종은 대장 점막에 생기는 작은 돌출 형태의 병변으로, 그 형태와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임상적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선종성 용종입니다. 선종성 용종은 일정 비율에서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전암성 병변으로 분류되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많은 대장암이 선종성 용종에서 시작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내시경 검사 중 발견된 선종성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대장내시경은 단순한 진단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과형성 용종은 대부분 작고 하부 대장인 직장이나 S자 결장에서 발견되며, 일반적으로는 암으로 진행하지 않는 양성 병변입니다. 하나 또는 두 개 정도 발견되는 경우에는 임상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아 경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형성 용종이 여러 개 발견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부 대장 과형성 용종 여러 개 발견됐다면? '톱니모양 용종증후군' 의심
최근 건강검진이나 대장내시경을 받은 분들 중 “하부 대장에서 과형성 용종이 여러 개 발견됐다”는 결과를 듣고 진료실에 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건 암과는 관련 없는 용종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안심하시지만, 사실 이 경우에는 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바로 ‘톱니모양 용종증후군(Serrated Polyposis Syndrome, SPS)’이라는 질환을 감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톱니모양 용종증후군은 비교적 드문 질환이지만, 중요한 점은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입니다. 국제 진단 기준에 따르면, 하부 대장에 과형성 용종이 5개 이상 있으면서 그중 2개 이상이 1cm 이상이거나, 전체 대장에서 과형성 또는 톱니모양 용종이 20개 이상 발견되는 경우 SPS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겉모습만으론 구분 어려워, 크기 큰 용종은 반드시 조직검사 시행
내시경에서 보이는 외형만으로는 용종의 성격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겉보기에는 과형성 용종처럼 보이더라도, 조직검사 결과에서 선종이거나 고도 이형성을 동반한 병변으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크기가 1cm 이상이거나, 모양이 비정형적이거나, 용종의 개수가 많은 경우에는 반드시 내시경 절제를 통해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확한 진단과 향후 관리의 시작점이 됩니다.

만약 SPS로 진단될 경우에는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을 통한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보통 1~3년 간격으로 검사를 시행하며, 새로운 용종이 발견되면 가능한 조기에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가족 중에 동일한 질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과형성'이라는 말에 안심 금물, 개수·크기·위치 종합 판단 중요
정리하자면, 과형성 용종은 대부분 양성이며 임상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수 발견되거나 크기가 큰 경우에는 고위험군일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과형성’이라는 말만 듣고 안심하기보다는, 용종의 개수, 크기,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의하고 필요한 경우 내시경 절제 및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장내시경은 증상이 없을 때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검사이며,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최근 검사에서 여러 개의 용종이 발견되었다면, “양성 용종”이라는 말만 믿고 지나치지 마시고, 꼭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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