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낫지 않는 입병, 구내염 아닌 암?...‘이 증상’ 확인해야
- 기자명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6.09 22:00
구강은 음식을 씹고 삼키는 소화의 시작점이자, 발성과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나 외부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며, 반복적인 자극이나 염증이 누적되면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구강암은 혀, 잇몸, 입천장, 볼 안쪽 점막 등 입안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발병한다. 초기에는 구내염과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는 복잡해지고, 암이 진행됨에 따라 생존율도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강암의 주요 원인과 대표적인 증상, 그리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에 대해 이비인후과 송창면 교수(한양대학교병원)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세히 짚어본다.

흡연부터 HPV까지…구강암 위험 높이는 주요 원인
국내 구강암 발병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구강암 발병률은 남성 기준으로 2014년 1,974명에서 2018년 2,629명으로 33%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여성은 1,365명에서 1,689명으로 23% 늘었다. 구강암은 주로 5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대표적 위험 요인으로는 흡연이 지목된다. 구강암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 경험이 있으며, 흡연량과 기간이 길수록 발병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창면 교수는 “담배는 암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단일 위험인자로, 약 7,000종의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중 50종 이상이 발암물질”이라며 “씹는 담배 역시 구강 점막을 자극해 구강암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음주 또한 구강암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 과도한 자외선 노출, 유전적 요인, 구강 내 만성 자극도 주요한 발병 요인으로 거론된다. 송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는 유두종 바이러스가 구강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실제로 많은 구강암 환자에서 이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라며 “잘 맞지 않는 치아 보철물이나 틀니 등도 구강 내 만성 염증을 유발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입안의 궤양·하얀 막, 2~3주 지속되면 검사 필요
악성 세포가 입안의 조직을 파괴하거나 침범하면 여러 증상을 유발한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자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초기에는 구내염이나 치주 질환 등과 유사해 쉽게 간과되기 쉽다.
송창면 교수는 “입안에 혹이 만져지거나 혀에 통증이 생기고, 치아가 갑자기 흔들리거나 잇몸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경우, 반복적인 입안 출혈이 있다면 모두 구강암의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송 교수는 “2~3주가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 궤양이나 입안의 하얀색 막, 목에 만져지는 혹이 있다면 구강암을 의심하고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앞서 언급한 증상 중 하나만 있어도 구강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음식물을 씹거나 삼키기 어려워지는 증상, 뺨이 두꺼워진 느낌이나 이물감이 드는 경우 역시 구강암의 신호일 수 있다.
조직 검사로 확진…로봇 수술로 절개 부담 줄이기도
구강암을 진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직 검사다. 구강은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안의 혹이나 궤양에서 조직을 간단히 떼어내 병리 검사를 시행하면 세포 단위에서 암세포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송창면 교수는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구강암으로 확진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암이 몸 안에 얼마나 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CT, MRI, 초음파를 이용한 림프절 검사, 전신 전이를 확인하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 등을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구강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경우, 위장관에도 암이 동반될 위험이 있어 필요시 위·식도 내시경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조직 검사를 통해 구강암으로 확진된 후에는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침이 결정된다. 구강암은 병기(stage)에 따라 치료 방식과 예후가 크게 달라지므로, 초기 평가에서 병기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병기는 세 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종양 병기’는 암 덩어리가 입안에서 얼마나 퍼졌는지를, ‘림프절 병기’는 목 주변 림프절로의 전이 여부를, ‘원격 전이 병기’는 폐·간·뼈 등 몸의 다른 부위로의 전이를 의미한다. 송 교수는 “원격 전이가 확인된 경우는 예후가 가장 나쁘고, 치료 전략도 훨씬 복잡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치료는 주로 외과적 수술이 기본이 된다. 편도나 인후부처럼 방사선 단독 치료가 가능한 부위와 달리, 구강암은 방사선 치료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암 덩어리를 직접 제거하는 방식이 우선된다. 송 교수는 “수술은 구강 내 암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과 함께, 목의 림프절까지 제거하는 림프절 청소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술 후 림프절 전이가 많거나 암의 침윤 깊이가 깊은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 또는 항암방사선 동시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송 교수는 “구강암은 음식 섭취나 발음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 시 가능한 한 기능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서도, “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얼굴 변형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수술 범위가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을 이용해 턱뼈나 얼굴을 절개하지 않고도 암을 제거할 수 있어, 기능 및 외형 보존 측면에서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예방이 최고의 치료…“금연하고 건강한 식습관 실천을”
구강암 치료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치료 후에도 먹고 말하는 기능을 회복하고 재발을 방지를 위한 꾸준한 관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특히 수술 범위에 따라 연하(삼킴) 장애나 조음(발음)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환자는 치료 후 재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 기능을 회복하게 된다.
정기적인 추적 검사도 중요하다. 송창면 교수는 “암이 재발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치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CT, MRI,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한다. 초기에는 2~3개월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3~6개월 간격으로 추적 검진을 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구강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공률이 높지만, 병이 진행되면 기능 손상으로 인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습관의 개선이 필수다. 송 교수는 “구강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을 실천하고, 음주를 줄이며,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암 관련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분한 과일과 채소 섭취는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라면서 “특히 토마토, 브로콜리, 양배추, 귀리, 보리, 녹차 등은 항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숯불구이, 가공육, 탄산음료 등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