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중증 환자, 의사가 찾아갑니다”... 방문 진료, 삶을 지킨다 ② [인터뷰]

  • 기자명 권태원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7.26 10:00

병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고령, 중증 질환, 장애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로, 이들에게 병원은 꼭 필요한 공간이면서도,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공간이다. 의사가 가정으로 찾아오는 방문 진료가 꼭 필요한 순간이다. 방문 진료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일 수 있다.

실제 방문 진료 현장에서 치매, 암, 루게릭병 환자들을 만나온 외과 전문의 김태형 원장(고려외과의원)은 “방문진료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돼야 한다”라고 말한다. 전국 곳곳에서 어떤 환자들이 방문 진료를 기다리고 있을까? 방문 진료의 장단점과 정책적 한계점을 짚어본 지난 기사에 이어, 김 원장의 진료실 밖, 가정에서 벌어지는 진짜 ‘일차의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기사 보기
“병원이 찾아 간다”… 환자 곁에서 출발하는 의료의 시작① [인터뷰]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에게 방문 진료는 큰 도움이 된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에게 방문 진료는 큰 도움이 된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방문 진료 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환자는 어떤 환자인가요?
방문 진료는 주로 치매, 파킨슨병, 말기 암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요청합니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고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자로, 70~90대 환자가 많지만, 드물게 50~60대 환자도 있습니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으로 인해 팔다리나 호흡기 근육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도 포함됩니다.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환자는 장기요양등급(1~4등급)의 치매환자입니다. 이 환자들은 거동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열, 식사 곤란, 전신 쇠약 증상을 호소하며, 영양 수액 처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료 질환으로는 폐렴, 탈수, 신부전, 요로 감염 등이 흔합니다.

Q. 방문 진료 시 어떤 처치를 많이 하시나요?
가장 많은 요청은 영양 수액 처치입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병원 내원이 어려운 환자들은 기본적인 처치라도 집에서 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폐렴, 탈수, 심부전과 같은 질환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영양 섭취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양 보충을 위한 방문 진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런 환자의 대부분은 영양수액을 맞으면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나 소변 배양검사 등을 통해 폐렴이나 요로 감염, 신부전이 없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그렇게 식욕부진의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면 식욕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방문 진료 시 병원만큼 진료 환경이 좋지 않을 텐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진료하시나요?
방문 진료 시 의사는 가장 먼저 활력징후(Vital Sign)를 확인합니다. 혈압, 맥박, 체온, 호흡, 산소포화도를 휴대용 기기로 측정하며, 필요시 혈액검사로 백혈구 수치, 신장기능, 전해질 상태 등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방문 진료는 병원과 달리 장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 전통적인 진찰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청진을 통해 폐렴 여부나 심장 기능을 평가하고, 문진과 전신 상태 확인으로 환자의 주요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 상태의 전반적 관찰과 치료 반응을 추적하는 것이 핵심이며, 환자가 가진 건강 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판단하게 됩니다.

Q. 보호자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간호 요령은 무엇인가요?
가정 간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평소 상태와 달라진 점이 없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의 경우 뇌에서 신체로 보내는 행동 신호가 약해지기 때문에, 의식 저하, 식욕 감소, 갑작스러운 열, 혀가 바싹 마르는 탈수 증상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데, 모두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탈수로 인해 혀가 마른 경우, 또는 의식 저하 상태라면 즉시 의료진과 연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그래도 가정에서의 질환 관리에 어려운 점이 있을 텐데요?
맞습니다. 실제로 가정에서의 질환 관리에 명확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병원에서처럼 주사제 투여나 처치가 자유롭지 않고, 특히 폐렴이나 방광염 같은 질환이 신우신염으로 악화되면 패혈증까지 번질 위험이 있어 입원이 원칙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땐 단기간에 집중적인 주사치료가 필요한데, 이를 가정에서 자주 시행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환자분들이 병원에 오래 입원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재택 의료와 방문 진료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정책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다양한 정책적 문제로 주 3회 이상 방문 진료가 어렵기 때문에 단기간에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의학적 대응에 제약이 크다는 점도 그중 하나죠. 그래서 증상이 호전되면 경구 항생제 치료로 전환해 가정에서 관리하는 등 제한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Q. 방문 진료 시 발생한 돌발 상황이 있었을까요?
방문 진료는 환자 자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료실과는 다른 현장 변수가 많습니다.

몇 가지 사례가 생각나는데, 한번은 보호자가 부재해서 진료가 불가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진료 시간을 약속하고 방문을 하지만, 간혹 소통이 부족해 보호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문을 열어 줄 사람이 없어 진료가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의 경우, 낯선 의료진에 대한 경계심으로 진료나 처치를 완강히 거부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보호자와의 협력이나 치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긴급한 처치가 필요할 때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진료 외적인 문제 외에도 실제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돌발 상황도 있습니다. 고령의 중증 환자들은 혈관이 약하거나 탈수가 심해 수액 주입이나 혈액 채취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응급 수액로 확보 자체가 실패해, 진료 계획을 조정하거나 병원 이송을 고려해야 하기도 합니다.

김태형 원장|출처: 고려외과의원
김태형 원장|출처: 고려외과의원

Q. 고령 중증 환자 중에는 병원 진료가 더 필요한 순간이 있겠네요?
네, 이런 돌발 상황들을 차치하더라도, 병원 방문이 가능하다면, 물론 병원 진료가 더 낫습니다.

특히 폐렴이나 요로 감염처럼 지속적인 항생제 투여나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입원을 포함한 병원 진료가 필요하고, 호흡곤란, 저혈압 등 활력 징후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는 즉각적인 병원 진료를 권유합니다.

다만 응급실 방문이나 병원 진료 자체가 어려운 분들도 많기 때문에, 방문 진료는 단순한 치료뿐 아니라 ‘지금은 꼭 병원에 가야 한다’라는 판단을 내려주는 중요한 역할도 수행합니다.

Copyright © Mcircle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