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와사, 직장인 취후당풍(醉後當風)을 주의하라!

  • 기자명 서효석 편강한의원 한의사
  • 입력 2025.07.20 11:00
서효석 원장|출처: 하이닥
서효석 원장|출처: 하이닥

구안와사는 口(입 구), 안(눈 안), 喎(입 비뚤어질 와), 斜(기울어질 사)의 한자 뜻 그대로 입이 비뚤어지고 눈이 처지는 병이다. 입이 돌아가고 눈이 찌그러지는 이유는 편마비 때문이다. 즉 얼굴 근육의 한쪽이 마비되면서 표정을 짓거나 움직일 때 비대칭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양방에서는 안면 마비 또는 안면 신경 마비라고 부르는데 중풍(뇌졸중)이 원인이 돼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뇌혈관이 폐쇄됐거나 반대로 뇌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나타나면 대뇌에 이상이 생겨 안면 신경도 마비가 되는 것이다. 또 만성 중이염이나 당뇨병을 오래 앓은 경우에도 합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구안와사는 편마비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감기 초기처럼 느껴지는 나른함이나 어지러움, 두통, 구토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눈이 잘 감기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은 눈이 따가우면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안구 건조증이나 결막염을 불러오기도 한다.

또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기가 힘들어지고, 밥 먹을 때 음식물과 침이 입 밖으로 새기도 하며 마비의 정도가 심하면 혀의 미각 세포도 마비되어서 음식 맛을 못 느끼게 된다. 또 청각에도 손상을 주는데, 마비된 쪽의 귀가 예민해지면서 환자들은 날카로운 소리에 통증을 느끼고 멍한 울림 현상이 나타난다.

한방에서 보는 구안와사
동의보감에 의하면 구안와사는 ‘풍사가 혈맥에 침범해서 생긴다’라고 나와 있다. 여기서 풍사는 풍한(風寒)의 사기(邪氣)를 뜻하고, 풍한은 찬 바람과 찬 기운을 말한다. 구안와사는 이러한 풍한의 사기가 얼굴에 분포된 경락에 침범해서 혈맥의 순환 장애를 일으켜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어르신들은 여름밤에 아이들이 덥다고 이불을 차 던지고 찬 바닥에서 자거나, 성인이 차가운 돌바닥 같은 데서 누워 자려고 하면 ‘그러다 입 돌아간다’라고 경고하곤 했다.

원래 노년층에서 많이 발병하던 구안와사는 요즘 들어 젊은 층에서도 증가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사회 불안을 들 수 있다. 장기 불황에다 실직 등이 일상화되다 보니 과로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안와사는 근심과 걱정이 많은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과로하게 되면 심신이 피로해 몸의 기력이 떨어지면서 구안와사가 발생하기 쉬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며칠씩 과중한 업무로 몸이 지친 상태에서 이른 아침에 찬 바람을 맞으며 운동하러 나섰다가 구안와사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과로나 스트레스, 갑작스러운 정신적 충격에 의해서도 생기는 구안와사의 경우 한방에서는 이를 실증과 허증으로 나눈다. 실증(實症)은 갑자기 충격을 받아서 얼굴에 나타나는 안면 마비다. 이때는 얼굴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이상 증상도 심하게 나타난다.

반면 허증(虛症)은 몸과 마음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피로가 겹쳐 생기는 경우다. 주로 귀 뒤쪽 부위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곧이어 입이 돌아가는 안면 마비 증상이 진행된다. 즉 실증은 대체로 거의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데 반해 허증은 안면 부위가 뻐근한 느낌과 함께 피부가 미세하게 씰룩거리는 전조증상을 보이는 게 다르다.

이 외에도 한방에서는 목 언저리 후두부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경맥(頸脈) 중 위장 관련 경맥이 입을 둘러싼 뒤 눈 쪽으로 흐른다고 보는데, 따라서 과음이나 과식 등 무절제한 섭생도 구안와사의 원인이 된다. 평소 기름진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뒤 밤늦게까지 술을 자주 마시면 구안와사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 이런 현상을 한방에서는 취후당풍(醉後當風)이라 부르는데, 과로에 시달리며 술을 많이 마시는 직장인들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구안와사의 한방 치료
구안와사의 한방 치료를 보면, 우선 경락에 있는 풍한의 사기를 몰아내기 위해 침 치료를 시행한다. 여기에 기의 흐름과 혈액 순환을 돕는 한약을 복용하는데, 무엇보다 안면 마사지를 부지런히 하는 것이 좋다. 온습포로 얼굴을 따뜻하게 한 다음 이마와 눈, 입 주위를 아침저녁으로 반복해서 마사지해 주면 매우 효과적이다.

구안와사는 개인에 따라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경우 특별한 후유증 없이 완치된다. 그러려면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고 가급적 빨리 정확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한약재로는 삼백초(三白草), 송엽(松葉 : 솔잎), 황송절(黃松節 : 소나무 마디), 오가피, 검은콩 등이 있다. 오가피나 송엽, 황송절, 검은콩 등은 모두 술을 담가 마시면 좋고 삼백초는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三白草味辛平無毒, 主治癰疽腫毒, 消腫止痛(삼백초는 맵고 평이하며 독이 없고, 종기와 부기를 다스리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쓰인다)’라고 나와 있는데, 생으로 먹는 것은 삼가야 하며 율무와 함께 달여서 마시면 좋다.

평소 안면 마사지나 안면 근육 운동을 해주면 구안와사 예방에 도움이 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평소 안면 마사지나 안면 근육 운동을 해주면 구안와사 예방에 도움이 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안면 마비를 예방하는 방법
안면 마비를 예방하려면 평소 안면 마사지나 안면 근육 운동을 해주는 것이 상책이다. 또한 계절과 상관없이 찬 공기를 지나치게 쐬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름에는 특히 에어컨의 찬바람을 선호하는데 당시에 별 탈 없이 지나가도 가을로 접어들어 날씨가 서늘해지면 그때 구안와사가 찾아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 평소에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병 하나에 약이 천 가지’라는 말이 있듯이 구안와사에도 별의별 민간요법이 많다. 특히 요즘처럼 외모를 중시하는 시대에는 구안와사를 그만큼 절박한 질병으로 받아들여서 환자들이 스스로 여기저기 기웃대며 좋다는 것을 다하게 된다. 그러나 자칫하면 치료 시기를 놓쳐 마비가 굳어질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한방이나 양방의 정확한 전문적 치료를 받으라고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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