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으니 약 끊어도 된다?..."헬리코박터균 더 강해진다" [인터뷰]
- 기자명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7.25 12:00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사람의 위 점막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심지어 위암까지 유발할 수 있는 1급 발암물질이다. 문제는 위에 기생해 건강을 해치면서도 대부분의 감염자에게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 보니 치료를 임의로 중단해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내과 신성현 원장(송도에이스내과)은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제균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해진 용량과 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무증상 감염이 많은 만큼,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신 원장과 함께 헬리코박터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짚어본다.
Q. 헬리코박터 균은 정확히 어떤 균인가요?
헬리코박터 균은 사람의 위에 기생하는 세균입니다. 인류와 오랜 시간 공생해 온 균이지만, 발견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1983년에 처음 보고되며 의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이 균이 중요한 이유는, 체내에 기생할 경우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 심각한 위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 균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Q. 현대인이 흔히 겪는 소화 불량이나 속쓰림 같은 증상과 헬리코박터 균 감염 증상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헬리코박터 감염은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데요. 그 이유는 감염된 대부분의 환자에게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감염이 오래된 경우에는 일부에서 만성적인 소화 불량, 명치 통증, 속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통해 불편한 증상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헬리코박터 균이 위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하는데, 사실인가요?
헬리코박터 감염이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위 점막은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게 되며, 이 손상과 회복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세포 변형이 일어나 위암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든 감염자가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므로 과도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Q.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과 같이 식사해도 괜찮을까요? 같은 집에서 산다고 모두 감염되는 건 아니겠죠?
헬리코박터 감염의 전파 경로는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는데요. 다만, 가장 유력한 경로는 가족 간의 구강 접촉, 또는 음식 공유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가족이 아닌 다른 성인끼리 입을 맞춘다거나 음식을 나눠 먹어서 감염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감염 확률이 완전히 0%는 아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같은 찌개를 떠먹는 행동 등은 헬리코박터 전파 가능성 측면에서는 권장되지 않는 행동입니다.
Q. 헬리코박터균이 양성으로 나왔다면, 모두 치료해야 하나요? 증상이 없으면 지켜봐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헬리코박터 치료는 모든 경우에 반드시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급여로 인정하는 제균 치료의 적응증은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 궤양이 있는 경우, 둘째는 위암의 병력 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외에 단순 염증만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의 판단과 환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본인 부담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젊은 환자의 경우 조기 제균 치료를 통해 위암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으며, 중년층은 위염의 발생을 줄임으로써 내시경 검진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세대 간 전파 차단이라는 공중보건적 이점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제균 치료는 단순히 증상의 유무보다는 환자의 나이, 병력,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헬리코박터 감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네, 맞습니다. 최근 들어 헬리코박터균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1차 제균 치료만으로도 대부분의 환자가 잘 치료됐지만, 최근에는 2차 치료까지 진행해도 박멸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이러한 실패의 주된 원인은 항생제 내성 때문입니다. 특히 클래리스로마이신, 메트로니다졸 등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자주 사용되는 항생제에 대해 한국인에게서의 내성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Q. 항생제 내성 외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부작용도 있나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보통 3~4가지 약제를 조합해 2주간 복용하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약제를 일정 기간 복용하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소화기계 증상입니다. 복통, 소화 불량, 속 쓰림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요. 일부 환자는 입이 쓴맛이 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간혹 드물게 간 수치 상승이나 두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 대부분은 약 복용이 끝난 뒤 빠르게 회복되며,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Q. 복용 중에 증상이 사라지면 약을 중단해도 될까요?
헬리코박터균은 한두 번 약을 먹는다고 쉽게 없어지는 균이 아닙니다. 충분한 농도의 항생제를 정해진 기간 꾸준히 복용해야만 균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복용 기간과 방법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요. 만약에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약한 균만 죽고, 살아남은 균이 더 강하게 증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1차 치료에 실패하게 되고, 2차 치료로 넘어가더라도 제균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죠. 따라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반드시 초기에 정해진 용량과 기간을 끝까지 채워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헬리코박터 감염은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위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과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정해진 약을 끝까지 정확히 복용해야 합니다. 중간에 약을 중단하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재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를 시작하고 처방된 약을 끝까지 복용해야 한다는 점,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기획 = 박소연 건강 전문 아나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