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칼로리, 정말 괜찮을까?… '에리스리톨', 뇌졸중 위험 높인다

  • 기자명 김진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7.23 14:00

미 콜로라도대 연구팀, 뇌혈관 세포 실험 연구

대체 감미료 에리스리톨, 뇌혈관 손상시켜 뇌졸중 위험 높여

음료 한 캔 분량만으로도 혈관 기능 저하 확인

설탕 대체 감미료로 널리 사용되는 당알코올(polyol)의 일종인 '에리스리톨(Erythritol, E 968)'이 뇌미세혈관 기능을 손상시켜 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이는 기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의 통합 혈관 생물학 연구소(Integrative Vascular Biology Laboratory) 연구팀은 인체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hCMECs)를 이용한 실험실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칼로리가 낮아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에리스리톨이 오히려 뇌혈관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실험적 증거를 제시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리스리톨은 설탕과 유사한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이번 연구에서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Gemini
에리스리톨은 설탕과 유사한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이번 연구에서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Gemini

연구팀은 인간의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hCMECs)를 실험실 환경에서 배양했다. 이 세포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일반 조건에서, 다른 그룹은 시중의 인공 감미료 음료 한 캔에 포함된 에리스리톨의 양(30g)과 유사한 농도인 6밀리몰(mM)의 에리스리톨을 24시간 동안 처리했다. 이후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화학적 스트레스), 산화질소(NO, 혈관 이완 물질) 및 엔도텔린-1(ET-1, 혈관 수축 물질) 생성,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제(t-PA, 혈전 용해 효소) 방출량 등 뇌혈관 기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핵심 지표들을 측정하여 비교 분석했다.

에리스리톨 처리 시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hCMECs)에서 활성산소종(ROS) 생산이 약 2배 증가하였고, 항산화 효소인 SOD-1과 카탈라아제의 발현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 출처: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해당 논문
에리스리톨 처리 시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hCMECs)에서 활성산소종(ROS) 생산이 약 2배 증가하였고, 항산화 효소인 SOD-1과 카탈라아제의 발현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 출처: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해당 논문

연구 결과, 에리스리톨에 노출된 뇌 혈관 세포는 대조군에 비해 심각한 기능 이상을 보였다.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ROS) 생성이 약 2배 더 높게 나타났으며, 이에 대한 방어 작용으로 항산화 단백질(SOD-1, 카탈라아제)의 발현 역시 증가했다. 또한, 혈관을 확장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산화질소(NO)의 생산은 약 20% 감소했다. 반면, 강력한 혈관 수축 물질인 엔도텔린-1(ET-1)의 생산은 약 30%나 증가했다. 혈전 용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제(t-PA)의 분비 기능도 현저히 저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에리스리톨이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총체적으로 저하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화 스트레스 증가는 세포 손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산화질소 감소와 엔도텔린-1 증가는 혈관을 경직시키고 혈류를 방해한다. 여기에 혈전 용해 능력까지 저하되면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크리스토퍼 A. 드수자(Christopher A. DeSouza)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나타난 뇌혈관 세포의 변화들은 뇌혈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결국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에리스리톨을 오랫동안 섭취했을 때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The non-nutritive sweetener erythritol adversely affects brain microvascular endothelial cell function, 비영양 감미료 에리스리톨이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 기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는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응용생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게재됐다.

Copyright © Mcircle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