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 걷기법, 세계 최초 규명… “한주에 '이만큼’ 걸어야”

  • 기자명 김진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9.16 17:00

서울대·한림대 공동 연구팀, 비치매 노인 151명 대상 연구

주 '360분' 이상 고강도 걷기, 치매 유발 물질(아밀로이드 베타) 억제 효과

노년기 이전에 시작해야… 뇌 보호 효과 뚜렷

강도 높게 오래 걷는 습관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과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공동 연구팀은 신체활동이 가능한 비치매 노인 151명을 4년간 추적 관찰해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걷기 운동의 강도와 시간, 그리고 시작 시점이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뇌 병리 변화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연구팀은 인지 기능이 정상이거나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비치매 노인 151명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생애 전체 걷기 습관을 설문조사하고, 4년 간격으로 양전자 단층촬영(PET)과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해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정도, 뇌 위축, 백색질 변성 등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지표의 변화를 추적했다. 걷기 운동은 강도(고강도/저강도)와 시간(주 360분 초과/이하)에 따라 그룹을 나누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일주일에 360분 이상 걷거나(장시간 그룹) 중간 이상의 강도로 걷는(고강도 그룹) 노인들은 걷지 않는 그룹에 비해 4년간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단백질)' 축적이 의미 있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도와 시간을 모두 충족하는 '고강도-장시간' 그룹에서만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이는 걷기 운동의 치매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강도가 모두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고강도와 장시간의 걷기 활동이 뇌의 아밀로이드 축적을 줄여 잠재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효과는 노년기 이전에 걷기 운동을 시작했을 때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걷기와 뇌 아밀로이드 감소 사이의 정확한 기전을 밝히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 수준을 규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Lifetime walking and Alzheimer's pathology: A longitudinal study in older adults, 생애 주기 걷기와 알츠하이머 병리에 관한 종단 연구)는 25년 8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예방 저널(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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