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감염, 남자친구 때문일까요?

  • 기자명 이경엽 노들담한의원 한의사
  • 입력 2025.11.20 09:00
이경엽 원장|출처: 하이닥
이경엽 원장|출처: 하이닥

정기 검진에서 HPV 양성 결과를 받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에게서 감염된 걸까요?”, “혹시 남자친구 때문일까요?”, “저만 치료하면 되는 건가요?” HPV는 감염 경로가 복잡하고 잠복기가 길어 이러한 불안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HPV는 특정인을 ‘감염원’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바이러스이며, 남녀 모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감염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HPV와 파트너 관계를 함께 바라보는 건강한 시각을 짚어보겠습니다.

HPV는 남녀 모두에게 흔한 바이러스
HPV는 성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남녀 누구에게나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감염 자체가 위생 문제나 특정한 행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감염은 증상 없이 지나갑니다. 또한 면역이 회복되면 자연 소멸되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옮겼는지 확인 가능할까
HPV가 관계에서 불안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감염 시점과 감염원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HPV는 감염 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감염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오래전에 감염되어 있다가 최근 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현재 파트너에게서 감염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반대로 내가 파트너에게 옮겼다고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HPV는 ‘누구의 책임’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 함께 관리해야 할 바이러스라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남성 검사가 드문 이유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저만 치료하면 되나요?”, “남자친구도 검사해야 하나요?” 현실적으로 남성이 HPV 검사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남성도 감염되지만 증상이 거의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 특별한 병변(곤지름 등)이 없는 경우 검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 HPV 자체를 치료하는 약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검사 후 취할 조치가 제한적입니다.
● HPV 감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검사와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성도 반복적으로 감염과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성 파트너와 함께 예방접종이나 면역 관리에 대해 상담해 보는 것이 권장됩니다.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불안한 마음들
HPV 양성 판정을 받으면 다음과 같은 감정이 생기기 쉽습니다. “혹시 남자친구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먼저 걸렸던 걸까, 그 사람이었을까?” “혹시 내가 옮긴 건 아닐까?” 이런 감정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HPV는 매우 흔하고, 조용하게 감염되며,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누가 원인인가’를 찾는 것보다 이제부터 어떻게 관리할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HPV는 관리 가능한 바이러스이며, 면역이 좋아지면 자연 소실되는 경우도 많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HPV는 관리 가능한 바이러스이며, 면역이 좋아지면 자연 소실되는 경우도 많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HPV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HPV는 자연스러운 경로로 몸에 들어오는 흔한 바이러스입니다. 감염 자체가 특정한 잘못을 의미하지 않으며, 위생 문제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감염된 바이러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로, 다음과 같은 생활 습관이 중요합니다.

● 면역력이 회복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
● 정기적인 검진으로 바이러스 소멸 여부를 확인하는 것
● 자궁경부 세포 변화(이형성증)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
● 필요시 백신이나 면역 강화 치료를 고려하는 것

HPV는 관리 가능한 바이러스이며, 면역이 좋아지면 자연 소실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계 속에서 HPV를 대하는 건강한 태도
혼자 고민하고 스스로만 책임지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HPV는 함께 관리할 때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태도가 중요합니다.

● 서로의 건강 상태를 차분하게 공유하기
● 정기 검진 계획을 함께 세우기
● 백신, 생활습관, 면역 관리에 대해 대화하기
● 감정과 불안을 솔직히 나누기

이러한 과정은 감염 관리뿐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를 한층 더 건강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부터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
HPV는 ‘누가 옮겼는가’를 따지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어떻게 관리할지입니다. 그 시작은 아주 단순합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서로의 건강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HPV는 ‘한 사람이 책임지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입니다.

<전문가 칼럼은 하이닥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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