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성관계를? 설마..

  • 기자명 이영진 대구코넬비뇨기과의원 전문의
  • 입력 2011.02.25 00:00

서른 중반의 나이에 잘나가는 라디오 DJ인 남현수가 어느 날 난데없는 곤경에 처한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이 주인공 현수가 중학생 때 옆집 여자와 관계 후 생긴 딸이라면서..그것도 자기의 아들까지 달고 나타나서..
그야말로 중학교 때의 과속(?)으로 생긴 스캔들을 그린 영화가 과속스캔들이다.
진료실로 14세 여학생이 접수를 하더니, 나이가 10살 많은 남자친구와 일주일에 1-2회는 꼭 성관계를 가지는데, 소변볼 때 따끔거려서 성병이 의심된다고....
“지금은 중학생인데요..제가 초등학교 때 성관계를 맺었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요..
저랑 사귀던 여자애랑 수련회 때 성관계를 하게 되었는데요... 여자애가 연락이 왔어요..임신이 되었다고..“
“안녕하세요. 전 이제 초등학교입니다. ㅠㅠ 저한테 초등 6학년 여친이 있어요.. 너무 흥분해가지고 결국 성관계 했어요. 질내 사정인가 이거 안 했으니 임신은 안 하겠죠?“
“제가 초등학교 때 남자애와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저는 에이즈에 걸린 건가요? 지금은 중학교 2학년입니다. 저는 무지 심각하고 고민이 너무 됩니다. 도와주세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최근 인기몰이하고 있는 과속스캔들의 줄거리, 저자의 진료실에서 진료한 여학생의 얘기, 저자가 의료상담을 하고 있는 포털사이트의 상담내용들이다.
성매매를 포함해서 청소년들의 성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더욱더 충격적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은 설마 했던 “초딩(초등학생)”들이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고 있다는 점이다.
진료실이나 각종 실태조사에서도 이제 초등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저자가 담당하는 포털사이트에도 실로 믿기 어려운 상담내용들이 너무 많다. 초등학생이 성관계를 가진 후 임신여부, 성병 여부에 대해서 문의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초등학생을 둔 부모님이 초등학생 자녀의 성관계 사실을 알고 고민을 토로하는 내용까지 있다.
‘설마 내 자식은 아니겠지’ ‘이제 솜털도 안 자란 녀석이 뭘 알아서...’ 상상도 못했던 부모에게는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실태조사결과도 더욱 충격적이다. “2007년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 성접촉(키스, 애무 등을 포함)의 비율이 무려 58%이고, 더욱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이하 때 성접촉을 했다는 비율도 11.6%로 보고되었다는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조사대상 청소년의 5.1%가 성경험이 있었고, 첫경험을 경험한 나이는 평균 14.3세였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초등학생들의 체형이 서구화되고, 2차 성징이 점점 빨라지고, 성기의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초등학생 때 이미 생리를 시작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현상은 오랜 전의 문제로 미국 앨런 굿매처 연구소의 1981년 보고서는 “십대이면서도 성관계를 갖지 않은 청소년은 예외적인 사람이다. 10명의 남성 중 여덟 명은 그리고 10명의 여성 중 일곱 명은 십대 시절에 이미 성관계를 가진 일이 있다고” 말한다.
동년배 의식이 강한 초딩, 중딩들은 이제는 이성친구가 없으면 왕따를 당하고, 기가 죽고, 성관계의 체위나 수위를 말하는 것이 아주 일상적인 대화거리가 된 것이다.
이런 신체적 발달과 서구화의 물결에 어울려서 급격한 범람하는 인터넷의 잘못된 성지식,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란사이트와 성인물, 리모콘만 누르면 바로 접할 수 있는 케이블 방송의 “안방마님 습격사건...”등 자극적인 제목하에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방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청소년들은 이제 그야말로 성관계에 대한 개념을 “사랑을 나누는 지고 지순한 행위”가 아닌 “쾌락을 추구하는 도구”, “섹스 스포츠”라는 개념으로 성관계를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떤 해결책이 가장 적절한 방안일까?
물론 이렇게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그것이 뭐가 잘못인가요?’라고 묻는 청소년이 있을 것이다. 초딩들의 성문제가 이렇게 우려되는 이유는 그들이 절대적으로 성에 대한 보편타당한 의식과 가치판단의 능력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충족할 정도의 성교육을 받을 수가 없고, 동년배나 부모님으로부터 간간히 듣는 단편적인 성지식만으로 턱없이 성에 대한 실제와 괴리가 많기 때문이다.
대구 코넬 비뇨기과 이영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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