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메시지 대신 메일을 교환하라. 한 달에 한 두 번만 만남을 가져라. 영화관을 적절히 활용하라. 되도록 먼 곳에서 만나라... 최근 인터넷에 제시된, 불륜에 성공하는 갖가지 방법들이다. 어차피 시작한 불륜이라면 들통 나지 않게 완벽한 포장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나름의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이트는 아예 보안이 잘 되는 러브호텔을 소개하기도 하고 어떤 사이트는 좀더 짜릿한 쾌감을 위해 갖춰야 할 갖가지 장비(?)와 경험담, 상대가 들으면 좋아할 이야기 등 불륜을 위한 갖가지 종합선물세트를 마련해놓고 있다. 그래서일까. ‘아내가 결혼했다’ 는 해괴한 제목의 소설이 한동안 세상을 달군 적이 있었다. ‘비독점적 다자연애’ 라는 결혼관을 보여준 이 소설은 한 여자가 두 남자와 결혼하는 복혼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일처이부제까지 거론된 마당에 불륜이 더 이상 무슨 충격이 되겠는가. 애인 없는 기혼자는 5급 장애인이란 말이 나돌 만큼 불륜은 이제 흔하고도 진부한 이야기가 돼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왜 불륜에 빠지고 싶어할까. 불륜에 빠진 사람들은 대부분 ‘숨겨진 1인치를 찾고 싶었다’ 고 말한다. 언젠가 TV 광고에 등장한 선전 문구처럼 채워지지 않는 1인치를 찾다 보니 결국 불륜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숨겨진 1인치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야말로 도달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찾아내는 일이 아닐까. 결혼이란 어차피 볼 거 안 볼 거 다 보며 사는 일이고 그러다 보면 낭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현실이라는 질기디 질긴 동아줄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이다. 그윽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본 날이 언제였던가. 축 쳐진 어깨를 끌어안으며 ‘당신, 정말 힘들구나?’ 라고 다독여준 날이 언제였던가. 건조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소외감, 거듭되는 잔소리와 무시와 소통부재와 단절... 그렇게 점점 지쳐가다 보면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마음이 흔들리고 결국 불나방처럼 그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아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을 때 남자의 바람은 시작된다’ 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는 이러한 현실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때 외도는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매혹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는 법. 불륜은 그야말로 불륜 즉 윤리를 거스르는 일이니 세상에 알려지면 그만큼 대가는 혹독한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 소개된 러시아의 불륜적발 현장은 불륜의 끝이 어디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륜을 저지른 남자는 베란다 난간을 잡은 채 허공에 매달려 있고 남편인 듯 보이는 남자는 그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발 없는 새... 영화 아비정전에는 한 번도 땅을 딛지 않고 사는 ‘발 없는 새’가 나온다. 그 새가 땅에 내려올 때는 단 한 번, 죽을 때뿐이라고 한다. 불륜 역시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 간통죄가 엄연히 잔존해 있는 나라에서 불륜의 끝은 세상에 더 이상 불을 붙일 수 없는, ‘발 없는 인간’ 이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부들이여. 올해는 채워지지 않는 1인치의 욕망을 부부 사이에서 해결해 볼 일이다. 더불어 건강한 육체에 오르가슴까지 안겨준다면 가정은 더없이 건강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발 없는 새처럼 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