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실’로 백신 접종하는 시대 온다… 잇몸에 문질러 백신 투여
- 기자명 김진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8.02 09:00
미국 공동 연구팀, 실험용 쥐 및 참가자 27명 대상 연구
백신 묻힌 '치실', 잇몸 틈새로 투여해 감염병 예방 효과 확인
주삿바늘 없는 새로운 백신 접종법, 향후 임상 적용 가능성 제시
바늘 없이 치실을 사용해 잇몸으로 백신을 투여하는 새로운 방식이 독감 등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와 텍사스 공대(Texas Tech University) 공동 연구팀은 치아와 잇몸 사이의 ‘접합 상피(junctional epithelium)’를 통해 백신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주삿바늘 없이 병원균의 주된 침투 경로인 점막에 직접 항체를 형성시켜 감염을 조기에 차단하는 새로운 백신 접종법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백신을 코팅한 치실을 이용해 실험용 쥐의 이빨과 잇몸 사이에 백신을 전달했다. 이 방식은 다른 상피 조직보다 투과성이 높은 점막층인 접합 상피를 표적으로 삼는다. 접합 상피는 치아와 잇몸 사이 가장 깊은 틈에 위치한 얇은 조직으로, 이곳을 통해 백신을 투여하면 몸 전체의 점막에서 항체 생성을 더 활발하게 유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방식의 면역 효과를 혀 밑이나 코 점막에 백신을 투여하는 방식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치실 접종은 혀 밑에 백신을 투여하는 기존 구강 접종법보다 점막 표면에서 훨씬 우수한 항체 반응을 유도했다. 또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효과는 코를 통한 투여 방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방식은 단백질, 불활성화 바이러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다양한 유형의 백신에서 모두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였으며, 접종 직후 음식이나 물을 섭취해도 효과에 영향이 없었다.
또한, 인체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27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식용 형광 염료를 묻힌 치실 픽(floss pick)을 사용한 결과, 염료의 약 60%가 목표 지점인 잇몸 틈새 고랑에 성공적으로 도달했다. 이는 특수 장비 없이 치실 픽만으로도 목표 부위에 물질을 전달할 수 있어, 향후 백신 전달에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하빈더 싱 길(Harvinder Singh Gill)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나노의학 석좌교수는 “점막 표면은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같은 병원체의 주요 침투 경로”라며 “점막을 통해 백신을 투여하면 혈액뿐만 아니라 점막 표면에서도 항체가 활성화돼, 병원균이 몸에 들어오기 전 추가적인 방어선을 구축하여 감염 예방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치실 접종법은 투여가 간편하고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Floss-based vaccination targets the gingival sulcus for mucosal and systemic immunization, 치실 기반 백신 접종은 점막 및 전신 면역을 위해 잇몸 고랑을 표적으로 한다)는 지난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