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경 치료, 치아 살리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 기자명 김진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11.17 15:00
치아 보존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신경 치료(endodontic treatment, 근관 치료)는 널리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치료 이후에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거나 새로운 병변(lesion)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자연 치아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재신경 치료(retreatment)'를 고려할 수 있다. 재신경 치료는 기존 치료 재료를 제거하고 오염원을 다시 처리해야 하므로 1차 치료보다 난도가 높으며, 추가적인 치아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의 필요성과 성공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판단이 요구된다. 이에 치과 전문의 송정현 원장(예미안치과)과 함께 재신경 치료가 필요한 구체적인 경우와 절차, 그리고 치료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를 알아본다.
신경 치료를 이미 받았던 치아에 재신경 치료를 두세 번 받아도 괜찮은가요?
치아가 어떤 이유로든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거나 될 것이 예상되면, 치아 속 신경 조직과 혈관 조직 등 오염되거나 나빠질 조직을 깨끗하게 비워내고 그 빈 공간을 깨끗한 재료로 채워 넣는 것이 신경 치료의 본질입니다. 세균이 들어가지 못할 수준까지 밀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신경 치료라는 용어보다는 조직이 든 신경관, 즉 근관을 치료한다는 개념의 '근관 치료'라는 용어를 더 선호합니다.
치아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노력해 볼 몇 가지 기회 중 하나가 재신경 치료입니다. 재신경 치료 시 손실(loss)되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치아가 약해지는 것을 걱정해 포기하기보다, 마지막까지 살려보겠다는 동의나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치료입니다.
어떤 경우에 재신경 치료가 필요한가요?
신경 치료 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고, 재치료를 통해 개선의 여지가 보일 때 재신경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재신경 치료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치근단 수술이나 재식립 같은 다음 치료를 위한 전 단계로서 재신경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신경 치료는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로 진행되며, 첫 번째 신경 치료와 어떻게 다른가요?
재신경 치료는 이전에 진행한 신경 치료 상태를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신경 치료 마지막에 채워 넣었던 재료를 모두 제거하려 노력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만약 오염이 있거나 치아 뿌리에 기둥(post)을 세워 둔 경우, 제거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제거해야 합니다.
또한, 처음 신경 치료 시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더 진행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재신경 치료는 처음보다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며, 성공률도 다소 낮아진 상태를 감수하고 시작해야 할 수 있습니다.
재신경 치료의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신경 치료를 다시 해야 하는 이유, 즉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재치료 시 그 원인을 극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시작 전에는 가능해 보였으나, 막상 치료를 시작한 후 상태가 여의치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재신경 치료를 시작해 마무리까지 했을 때 결과가 좋을 것으로 판단될 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재신경 치료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어떤 대안이 있나요?
궁극적으로 치아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지만, 치아 자체나 주변 뼈, 잇몸 조직이 너무 많이 망가졌다면 발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발치 역시 훌륭한 치료 방법 중 하나이며, 발치 후 임플란트나 틀니 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치아를 살리고자 할 때, 재신경 치료 후 치아를 뽑았다가 다시 심는 '재식립' 치료도 있습니다. 신경 치료나 재신경 치료는 치아 위에서 접근해 아래쪽을 치료하는 것이라면, 이와 달리 옆에서부터 접근해 치료하는 '치근단 수술'이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방을 위해 평소 잇몸이나 치아를 관리하는 팁이 있을까요?
칫솔질은 매우 중요합니다. 칫솔질뿐만 아니라 치간칫솔 등 다른 도구를 이용한 관리법도 종류가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배운 방법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방 및 관리에 관심이 많은 치과를 방문해, 인생에 한 번쯤은 제대로 된 칫솔질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칫솔질 방법과 칫솔 선택 기준이 궁금합니다.
손 움직임이 자유로운 건강한 분이라면, 세게 문질러 광을 내는 것이 아니라 틈새를 섬세하게 솔질하는 동작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너무 큰 칫솔이나 자동 칫솔 기기 사용은, 거동이 불편한 분 등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칫솔모의 질이 좋고 촘촘하며 크기가 작은 칫솔을 연필 잡듯이 잡고 틈새를 부드럽게 솔질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울을 보며 입을 크게 벌려 틈새를 확인하고 칫솔질하는 것을 먼저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이가 시린데, 신경 치료가 필요한가요?
이가 시리다고 해서 무조건 신경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정도가 너무 심해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면 신경 치료가 필요할 수 있지만, 시린 증상만으로는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관련해 몇 가지 말씀드릴 점이 있습니다. 첫째, 커피나 홍차 등은 치아 착색을 유발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합니다. 둘째, 차가운 것이 닿아 시릴 수 있으나, 유난히 한 곳이 많이 시리다면 다른 치아보다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치과 점검이 필요합니다.
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치아를 망가뜨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온도의 급격한 변화는 치아 기질을 물리적으로 약화시켜 금이 갈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얼음을 깨 먹는 습관입니다. 특히 젊은 여성 중 얼음을 자주 깨 먹는 분들은 이가 많이 갈리고 금이 가며 약해지고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가 시리다면 위험 신호일 수 있으므로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시중의 자가 미백 제품이나 미백 치약이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이가 변색되는 원인은 구분해야 합니다. 커피, 담배 등으로 겉에 묻는 '착색', 충치로 인해 검게 변하는 경우, 그리고 치아 기질 자체가 변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착색은 표면 세척이, 충치는 치료가 우선이며, 치아 자체의 색을 밝게 하는 것이 '미백'입니다.
미백은 전문가 미백, 자가 미백 등으로 나뉘며, 최근에는 집에서 사용하는 기구나 약제도 많습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매 가능한 제품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효과가 뛰어나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병의원 전용 제품은 강력한 효과만큼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어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시중 제품이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경 치료를 받으면 치아가 약해진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재신경 치료의 경우는 어떤가요?
속상한 이야기지만 사실입니다. 신경 치료는 기본적으로 치아에 구멍을 뚫어 내부 조직을 제거하고 공간을 정비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구멍을 뚫고 속이 비어 있다 보니, 힘이 가해지면 치아가 쪼개지거나 금이 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경 치료 후 기능을 하는 치아는 크라운으로 감싸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마무리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치아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손실입니다.
신경 치료로 치아가 약해지는 것이 싫다고 치료를 피하기보다, 손실이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살려서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재신경 치료 역시 기존 치료 부위보다 더 넓게 치료하는 관점이므로 치아가 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신경 치료로 치아가 너무 약해져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나, 자신의 치아를 살리는 것은 소중한 일이므로 충분한 상의 후 도전해 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재신경 치료를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환자분이 재신경 치료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치과에서 재신경 치료를 권한다면, 이는 치아를 마지막까지 살려보려는 의사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경우일 것입니다. 기존 재료를 깨끗이 제거하는 것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커서 치료하는 입장에서도, 받는 입장에서도 힘든 치료입니다. 그럼에도 재신경 치료를 권유받았다면, 작은 가능성에 한 번 더 도전할 것인지 혹은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 담당 치과 의사의 철학 등을 바탕으로 충분히 의논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