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증상 없을 때가 더 무섭다"... 가장 확실한 예방은 '이것' [인터뷰]
- 기자명 권태원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입력 2025.06.03 11:00
- 수정 2025.09.08 14:16
대장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특히 2010년까지 꾸준히 줄어들던 대장암 발병률은 2019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2.6%씩 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대장내시경 검진을 미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강동경희대학교병원)는 “대장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있더라도 치질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쉬워 증상만으로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며 “검진을 통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샘종'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대장암은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예방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이다. 특히 50대 이상은 물론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라면 45세부터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차 교수와 함께 대장암의 원인과 증상, 예방 전략, 그리고 내시경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Q. 대장암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주된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장암이 서양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암이라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육식 소비량도 늘었고, 채소나 과일, 잡곡류 식사량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또, 활동량이 줄어든 것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
2010년까지 꾸준히 늘어나던 대장암 발병률이 국가 대장암 검진 프로그램 도입과 함께 줄었는데, 2019년부터는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대장암 검진을 미루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Q. 대장암 발생 시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대장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 증상이 있더라도 너무 가벼워서 진단되기 전까지는 대장암에 의한 증상이라고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대장암 증상을 굳이 말씀드리면, 배가 아프고 변이 가늘어지거나,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증상들은 대부분 암이 이미 많이 진행돼서 대장이 거의 막혔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게다가 증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암에 의한 증상인지 다른 질환에 의한 증상인지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치질 환자가 혈변을 보기도 하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들도 가는 대변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증상의 유무로 대장암 검사 여부를 판단하지 말고, 조기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말씀드렸듯, 증상이 발생해서 검사를 받게 되면 진단이 되더라도 치료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Q. 이미 대장암을 진단받았다면,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대장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병기를 1~4기로 나누는데, 이 병기에 따라 치료법도 다릅니다.
대장 안에 암이 생기게 되면 암은 점점 자라나게 되는데, 암이 대장 안에 국한된 경우를 대개 1기나 2기로 진단합니다. 이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대장 안에 있던 암세포가 대장 밖으로 벗어나면서 림프절을 침범하게 되면 3기로 진단합니다. 이 경우에는 수술만으로는 완치가 어렵고 주변 혈관에도 암세포가 들어가 있어서 항암 치료를 추가로 진행하게 됩니다.
마지막 4기는 1차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림프절도 지나 간이나 폐, 뼈와 같은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전이된 경우입니다. 이때는 항암 치료를 주로 하다가 경과를 보면서 치료 전략을 다시 세우곤 합니다.
그래도 대장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항암제 부작용도 적고 치료 반응도 좋아서 4기라고 하더라도 생존 시간이 훨씬 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검진을 미루어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장암도 4기로 갈수록 생존율이 많이 낮아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삼습니다. 증상의 유무나, 치료율, 생존율과 상관없이 일찍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장암 예방법은 무엇인가요?
어떤 병이든 예방하는 게 최선의 치료 전략일 것입니다.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육류의 섭취를 줄이고, 섭취하더라도 붉은 고기보다는 닭고기와 같은 흰색 육류를 섭취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채소나 과일, 잡곡을 많이 먹는 것도 권장합니다.
식습관 외에도 일주일에 3~5번 땀이 나는 정도의 운동을 하는 습관도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이런 생활 습관들은 대장암뿐만이 아니라 많은 종류의 암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한 예방법들은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샘종들을 찾아서 모두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장암은 모든 암 종류 중에서 유일하게 검진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한 암이기 때문입니다.
Q. 대장암 검진(대장내시경)을 미루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인데, 언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대장암은 ‘샘종’이라는 것이 발전하여 발생하는데, 샘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데 보통 5~10년이 소요됩니다. 60대부터 대장암 발병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국가 대장암 검진 프로그램에서는 ‘분변잠혈 검사’를 50대부터 1년 주기로 시행하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분변잠혈 검사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대변에 섞여 나오는 소량의 혈액이 있는지 찾아내는 검사입니다. 대장암이 발생하게 되면 대변에 소량의 혈액이 섞여 나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분변잠혈 검사는 비교적 검사 정확도가 낮아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도 역시 50대부터 받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50대보다 젊은 나이에 대장암이 발생하는 ‘젊은 대장암’환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만하거나 대사증후군이 있는 환자들은 45세부터 검사받기를 권장합니다.
Q. 대장내시경을 미루게 되는 이유에 준비 과정이 힘들다는 점도 있을 텐데, 편하게 검사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대장내시경 검사의 힘든 점에는 식단 조절과 검사 당일의 불편감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 세척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장 정결을 위해 복용하는 약의 맛도 개선이 많이 됐고, 먹는 양도 많이 줄었습니다. 또, 최근에는 알약도 나와 있어서 물약보다는 훨씬 쉽게 준비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마저도 힘들다면 대장내시경 검사 전 식사 제한을 철저히 하기를 권합니다. 검사 전에는 섬유질이 적은 음식만 먹는다든지, 철저하게 식사 조절을 한다면 장 정결 약을 조금 남기더라도 충분한 양의 물을 섭취한 경우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기획 = 김세아 건강 전문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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